원본  http://blog.daum.net/miraculix/18263810


세종시에 대해서 한 마디 해야겠네요.

 

일단 MB의 입장은 세종시가 행정효율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 문제는 참여정부 때에 검토된 것이고, 연구 용역을 주어 그 대안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무원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5%가 IT 기술로 행정효율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공무원이 문제는 부처와 부처가 아니라,부처와 국회가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지요. 즉, 국회에 불려다니기 불편할 거라는 겁니다.

 

한편, MB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은 것은 바로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더 큰 가치입니다. 이른바 공무원들의 행정효율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두 개의 가치 중에서 역시 MB는 전자를 우선시하는 거죠. 아니, 아예 후자는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은 듯합니다. 그것은 "노무현이 재미 본 것을 우리가 수습한다"는 정몽준의 말에서 다시 한번 확인됩니다. 즉 세종시 문제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철저히 선거공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죠.

 

세종시로 노무현이 재미를 봤다? 예, 재미를 좀 봤을 겁니다. 하지만 세종시로 재미를 봤는지 못 봤는지는 세종시 건설이 합당한지, 안 합당한지 하는 문제와 논리적으로 독립되어 있습니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세종시 수정을 관철시키면 MB 역시 톡톡한 재미를 보겠지요. 하지만 그가 정치적으로 재미를 보는지 안 보는지는 세종시 수정안의 적절성과는 별 논리적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정치적 불순함을 따지자면, 보수주의자들도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안이야말로 더 의심스럽지요. 괔쉉

 

행정효율은 여러 가지 보완책을 통해 높여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발달한 IT 기술을 활용한다면, 기술개발의 산업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공무원들의 민원의 대상인, 잦은 국회 출장도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행정효율을 높이는 문제는 이렇게 기술적으로 접근할 전술적 문제에 불과합니다. 반면,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국가 전체의 전략적 과제입니다. 둘을 같이 놓고 볼 수는 없지요.

 

세종시에 문제가 있다면, 오래 전에 지적이 됐어야 합니다. 학계에서, 시민단체에서, 혹은 정치권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그것의 보완책이 논의되다가 여의치 않으면 수정론이 제기되는 식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세종시 해프닝은 오로지 MB의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분이 시내산에 올라가서 석판을 받아 오셨나 봐요. 각하가 떠드니, 한나라당에서 얼떨결에 덩달아서 떠듭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이지요. 이거야말로 후진적 정치구조이 낳은 비효율이 아닐까요?

 

수정의 필요를 제기한다면, 일단 가능한 대안부터 마련해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세종시에 대한 정부여당의 생각은 한 마디로 즉흥환상곡이었지요. 그 동안 컨셉이 일곱 번 바뀌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과학 비즈니스 벨트라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것도 문제인 것이, 과학 비즈니스 벨트는 대구에서 야심차게 추진해 온 사업이고, 그나마 세종시는 정부의 평가 결과 입지조건에서 6위를 한 바 있거든요. 그것을 무슨 근거로 뒤엎겠다는 것인지... 이런 게 실용인가요?

 

한때는 2개 부서만 내려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다음 날 9개부처 다 내려가던지, 다 안 내려가던지 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또 다시 플랜 B 얘기가 나오네요. 두 개 부처만 내려보내는 게 유력하게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겁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이건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냥 삼청동 조기축구회 동네 축구입니다. 행정효율만 바라보는 MB 개인의 근시안 때문에, 국가의 장기적 과제를 둘러싸고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행정비효율의 극치입니다.

 

조선일보에서 '퇴각론'을 펼치고 있군요. 나름대로 계산을 끝낸 모양이지요. 박근혜로서는 여기에서 밀리면 차기는 없다. 따라서 세종시는 양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렵다. 그 경우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권의 레임덕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명예로운 후퇴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슬슬 출구전략을 펴란 얘기죠. 조선일보에 앞서 중앙일보에서도 비슷한 논조의 칼럼을 내 보낸 적이 있지요.

 

사실 MB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습니다. 공공연히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소신 있게 일하는 데에는 단임제가 더 좋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습니까? 그의 목표는 박근혜에 대한 압박입니다. 일단 홍보전의 물량공세를 펼쳐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으면, 박근혜측도 결국 정치적 압박을 받지 않겠느냐는 계산이지요.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대안 발표를 내년 1월로 미뤄두고 시간을 벌자는 쪽으로 전술을 바꾸었지요. 발표를 전후하여 아마 또 하 차례 대대적인 홍보의 물량공세를 퍼부을 겁니다.

 

KBS< MBC, SBS는 물론이고 35개 채널 동원해서 물량공세를 폈어도 세종시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지요. 또 박근혜 대표로서도 본의 아니게 배수진을 친 셈이므로, 그의 생각에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박근혜씨를 만족시킬 만한 뾰족한 대안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대안이라고 산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대부분이 이미 원안에 들어있던 것들입니다. 현재 이 문제는 세종시에 특혜를 주면, 다른 시도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띠고 있거든요. 세종시에 특혜를 안 주면 기업이 안 내려가고, 그렇다고 특혜를 주면 다른 지역이 손해를 보고... 한 마디로 지지율 좀 올랐다고 노무현 브랜드 떼고 MB 브랜드 박으려는 무리수를 두었다가 지금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입니다.

 

 문제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왜 지난 정권에서 세종시를 건설하기로 여야가 합의를 했는지 되새기는 것입니다. 이 건망증에 맞서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폐해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 100년 대계의 관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합니다. 세종시는 당시에 수많은 논란과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사업입니다. 기술적으로 극복가능한 근시안적 행정효율 논리에 맞서 장기적인 국토의 균형발전의 전략을 다시 부각시켜야 합니다.  국토 균형개발은 헌법이 규정하는 국가발전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어느 한나라당 의원의 말은 우리를 기막히게 합니다. "다른 나라와 경쟁하려면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지 왜 약화시키려 하느냐." 이 의원은 정부여당의 내심, 내지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전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에서 얼마나 더 집중을 시켜야 만족하겠다는 얘긴지... 말은 행정 효율이지만, 세종시를 둘러싼 논의의 바탕에는 그보다 더 깊은 인식의 차이가 깔려 있는 듯합니다. 수도권 집중론과 지방분권론 사이의 차이랄까? 그래서 MB 정권엔 철학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MB 각하, 이제 그만 하시죠. 피곤합니다. 근시안적 효율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엄청난 비효율일 수 있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1년 앞을 내다보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도, 국가의 운영은 10년, 20년을 내다보면서 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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